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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양귀비나 크레오파트라가 과연 미인이었을까요? 모를 일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향단이나 뺑덕어미만도 못한 인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지역과 시대에 따라서 미의 기준이 달라서 오늘날에 미인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자들은 왜 화장하는가? 우리 남자들은 의구심이 듭니다. 우선 남편의 사랑만 받으면 되는 것이지 왜 그리들 화장을 요란스럽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여성들이(남성 일부 포함) 일 년의 화장품값이 5조가 넘는다고 했습니다. 물론 정확한 통계는 아니겠지요. 우리 옆집 초등학교 1학년 여아도 화장하고, 또 돈 많은 사람은 개까지도 화장해준다니.
화장(化粧)이란 말이 무슨 뜻입니까. 화장품을 얼굴 따위에 바르고 매만져 곱게 꾸미는 일입니다.
한자로 봅시다. 化 字는 신변(人)에 비수 비(匕) 또는 숟가락 비자입니다. 人 字는 남인. 다른 사람인. 인격인. 백성인
㉠ 첫째, 해석은 얼굴에 칼을 들이대면 그 색깔이 변한다는 뜻이지요.
㉡ 둘째, 재주 있는 사람은 숟가락으로 칼을 만든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粧 字는 쌀가루(米) 집 엄(정미소) (엄) 자에 흙 토(土)이니 정미소 안에서 쌀가루와 흙먼지를 뒤집어쓴 모습이라 합니다. 이로 볼 때 화장을 저속하게 표현하면 먼지를 뒤집어쓰는 일이고, 고급 먼지를 얼굴에 바른다는 말이지요.
화장의 정의는 말하는 사람마다 각기 다르겠지만, 나는 아래와 같이 봅니다.
♡ 부족함을 보충하기 위해서
♡ 보여주기 위해서
♡ 피부 관리 차원에서
이 세 가지를 흔히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적 감각으로는 자연미와 예술미로 구분되지 않습니까. 화장이니까 예술미에 속한 후천적 작위적 표현일 것입니다.
우선 일차적인 것은
“부족한 것을 보충”한다고 봐야 하겠지요. 내 얼굴이 예쁘지 않으니 예뻐지려면 다독이고 여미어 주어야 하겠다는 말입니다.
자연발생적인 미에다 인위적 작용을 물리적으로 첨가해서 또 다른 예술성을 가지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행위가 의학적 부작용은 물론, 본래의 순수미에서 먼 잘못을 불러오는 일도 있지 않습니까? 이건 더 예뻐지려다 혹을 하나 더 붙이는 꼴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와 같은 예는 성형수술 경우가 아니겠습니까? 미는 원래 가지고 있던 바탕에 알파가 곧 화장일 것입니다.
몽테뉴는 그의 < 수상록>에서 “훌륭한 외모는 인간사에서 훌륭한 추천장이다.”라고 했습니다. 훌륭한 외모는 선천적으로(자연미) 타고난 것이 아닙니까? 신의 피조물로 감사해야 할 선물입니다. 그렇다고 황금의 빛깔이 영원히 오래 갈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끔은 잘 닦아 주고 관리도 잘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게으른 미인은 없습니다. 자기 관리를 위한 방법으로 여러 가지 투자의 방법을 찾아 게을리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예술미는 생명체처럼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게으른 선비 책장 넘기듯(한국 속담 - 게으름을 피우며 그 일에서 빨리 벗어나기만 하려는 말) 하면 지나친 자기 가식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행위와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영국의 속담에도
“ 미모는 반 재산이다.” 말이 있습니다. ˝(A fair face is half a portion.)
다음은,
보여주기 위해서 화장을 합니다. 보여주기 위한 대상이 애인이 되었든, 친구가 되었든, 남편이 되었든 누군가에 보여주기 위해서 화장을 할 것입니다. 물론 화려한 거리에서의 활보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여주기 위한 미는 아름다움을 나누자는 의미입니다. 그럴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정서이기도 합니다. 혼자 산다면야 봐줄 사람이 없으니 화장이란 거추장스러운 행위가 필요 없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향기 나는 꽃을 싫어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주는 사람 또한 나누는 데 편안함을 느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끝으로,
피부 관리 차원의 화장은 우리 인간들의 욕망입니다. 전자의 두 개의 화장 의미는 충족을 위한 행위라면, 이는 노화 현상을 조금이라도 방지해 보려는 필사적이고 눈물겨운 일들의 하나입니다. 그렇다고 늙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디게 늙어 보자는 일념이 욕심에 속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고급스러운 것들을 찾는 게 아니겠습니까.
화장은 여성들을 다시 태어나게 해주는 기쁨을 주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 여성들의 화장은 제2의 생명이란 말입니다.˝ 내 곁에 화장 안 한 여자보다는 예쁘게 화장한 여인이 서 있으면 즐겁고 행복합니다.
화장은 여자들의 최대 욕망을 채워 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의 하나입니다.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는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이 허락되면 되지 않습니까? 요건을 쉽게 충족할 수 있어서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친구의 도움이 있다면, 또 하나의 자신을 만족시켜주며 볼 수 있는 거울만 있으면 됩니다. 그 거울은 유일한 벗으로 울분과 비통. 절망과 희망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멀리할 수도 없는 유일무이한 벗으로 남겨 항상 머리맡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화장은 자연미에다 예술미의 알파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다듬고 가꾸어도 신이 만든 자연미를 능가할 수 있겠습니까. 주어진 대로 사는 것도 미입니다. 순수미 말입니다.
/ 김용관-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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