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

나와 남 사이

외통 2023. 5. 6. 11:48

글 찾기 (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나와 남 사이

같은 물질인 물 한 컵에 또 물 한 컵을 부으면 정확히 물 두 컵이 된다.

그러나 물 한 컵에 술의 원료인 알코올을 한 컵 더하면 두 컵이 채 되지 않고 3% 정도 모자라게 된다.

액체에 따라서는 부피가 커지는 일도 있다. 그 이유는 물 분자가 강한 알코올 분자와 썩히면서 알코올 분자로부터 영향을 받아, 밀고 당기는 물 분자 고유의 힘이 변화되기 때문이다.

화공학적으로 표현하면, 자기가 강해서 다른 분자의 변화를 많이 일으키는 분자를 ´활동도´가 크다고 한다. 반면에 이런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분자들의 관계는 서로 ´이상적 관계´에 있다고 한다.

두 액체를 섞어 부피가 변하면 그 차이를 계산해 내야 하니 ´이상적´ 관계에 있는 두 분자가 쓰임에 좋다. 그렇지만 말 그대로 이상적이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 섞이는 물질은 세상에 없다.

생소한 혼합 분자들의 얘기를 들추는 데에는 내 나름대로 까닭이 있는데,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생소한 사람들과 만나는 기회가 늘면서 은근히 스트레스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익숙하지 못한 새 사람과 일 등으로 만나야 한다는 것은 왠지 부담스럽고 때론 걱정스러울 때도 많다. 특히 만나야 할 사람이 손 윗사람 이거나 지위가 높고 나보다 역량이 커 똑똑해 보인다 싶으면 더욱 위축되고 긴장이 된다.

지난번에는 학회 일로 외국인 교수를 공항부터 안내하여 3일 동안 접대한 적이 있다. 같이 지내는 동안 그의 거침없는 행동, 능숙한 영어, 훤칠한 키 등으로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인터넷과 정보통신으로 세계가 하나 되어 가는 이 시대에는, 다른 분야의 전문가나,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등과도 함께 일을 하며 연관을 맺어야 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아니 연관을 넘어서 서로 섞여서 혼합돼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왕 다른 사람과 혼합되려면 활동도가 센 분자처럼 자기가 강해서 남을 변화시키든지 아니면 변화 당하든지 하여, 스트레스를 덜 받고 사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남에게 영향받지도 않고 또 영향을 주지도 않으며, 서로 변하지 않고 섞이는 이상적인 관계를 자꾸 지향하게 되니, 사는 게 그리 간단치 않은 듯싶다. / 김병식-시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