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말로 다시 오기 위해 짐을 싸면서, 10층짜리 아파트에서 다락방으로 이삿짐을 옮기면서 명희는 다짐했다.
다시는 혼자 높이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 치지 않겠다고. 귀퉁이가 어긋나 삐딱한 숙자네 집 문 앞에 선 명희는 4년 전, 괭이부리말을 떠나 연수동으로 이사 가던 날을 생각했다.
그날 명희는 번쩍이는 엘리베이터 자동문 앞에 서서 드디어 가난을 벗어났다며 날아갈 듯 기뻐했다.
넓고 깨끗한 아파트에 살면서 괭이부리말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렸고, 다시는 가난하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명희가 오늘 그 지긋지긋하던 괭이부리말로 돌아왔다. 그런데도 명희는 지금 행복했다.
다 낡아빠진 숙자네 집 문 앞에 선 지금이 엘리베이터 자동문 앞에 섰을 때보다 더 행복하다고 느꼈다. 명희는 이제서야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김중미 <괭이부리말 아이들> 중에서-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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