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인천행 전철 안에서
다정한 연인이 속삭이며 앉아 있다.
신도림역이었던가….
떡 파는 허름한 할머니 한 분
그들에게 다가가 떡을 내민다.
쭈뼛쭈뼛. 마주 보던 연인은 천 원 한 장
내어주며 남자가 떡을 받아든다.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여자가 말하기를
오빠…. 버스비 없잖아….
(남자는 여자를 바래다주는 길인가보다)
남자는 걸어가면 된다면서 괜찮다고 했다
마주 보고 웃으며 버스비와 바꾼
떡을 먹는 그들이 얼마나 이뻤던지.
그들은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이따금
나를
기분이 좋은 기억 속으로 안내하곤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왜 그때 그들을 이뻐 만 했을까?
뒤에 걸어가야 할 남자의 고통은
왜 미처 깨닫지 못했을까?
십 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야
그들을 기억할 때 떠오르는 나의 미련을.
이제야 느끼면서
나 또한 지나간 인연들의 기억 속에서
그들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로
기억되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 박미숙 -시 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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