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어이없는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지 4년, 지금도 아내의 자리는 너무 크기만 합니다. 언젠가 출장으로 아이에게 아침도 챙겨 주지 못하고 새벽부터 집을 나섰는데, 몇 번이나 전화로 아이의 아침을 챙기느라 제대로 일도 못 본 것 같습니다.
그날 저녁 8시,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이와 간단한 인사를 한 뒤 양복 상의를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고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습니다. 그 순간 ˝푹! 슈~˝ 소리를 내며 빨간 양념 국과 손가락 길이의 라면 가락이 침대와 이불에 퍼질러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펄펄 끓는 컵라면이 이불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는 뒷전으로 하고 자기 방에서 동화책을 읽던 아이를 무작정 불러내 장딴지와 엉덩이를 마구 때렸습니다.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해! 이불은 누가 빨라고 장난을 쳐, 장난을!˝
다른 때 같으면 그런 말을 안 했을 텐데, 긴장해 있었던 탓이었습니다. 계속해서 때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을 때, 아들 녀석의 울음 섞인 몇 마디가 나의 손을 멈추게 했습니다.
가스레인지 불을 함부로 켜서는 안 된다는 아빠의 말이 생각나서 보일러 온도를 목욕으로 누른 뒤 데워진 물을 컵라면에 붓고,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한 개는 출장 다녀온 아빠에게 드리려고 라면이 식을까 봐 제 침대 이불 속에 넣어 두었다고 합니다. 그럼 왜 그런 이야기를 안 했냐고 물었더니 출장 다녀온 아빠가 반가운 나머지 깜박 잊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아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이 싫어 화장실로 뛰어 들어간 저는 수돗물을 틀어놓고 울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잠든 아이 방문에 오랫동안 머리를 기대고 서 있었습니다.
/이재종 - 낮은 울타리 - 시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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