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사전 (2)
병살타 :
야구에서 공격자의 타구가 수비자의 손에 걸려 자기 팀의 뛰는 놈과 나는 놈을 모두 척살시켜 버리는 불상사를 말한다. 권투에서는 선수와 심판을 한꺼번에 때려눕히는 경우를 말하며 세상살이에서는 사랑과 우정을 한꺼번에 놓쳐 버리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겹치는 불행 뒤에는 언제나 겹치는 행운이 뒤따른다. 만약 불행을 통해 자기를 반성하고 노력을 배가시킬 수만 있다면 누구든 불행이 그만한 크기의 행운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필수 적을 거쳐야 하는 예비관문이었음을 알게 된다.
허수아비 :
농업에 이용되어 졌던 인류 최초의 로봇.
인신매매 :
황금에 눈이 뒤집힌 파렴치한들이 몇 푼의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동족들을 악마에게 팔아넘기는 행위. 또는 인간을 상품화하여 경제적인 이득을 도모하는 모든 행위. 비천한 인간들의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저질적 표현.
과대망상증 :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자신을 실제보다 지나치게 확대해서 인식하거나 특별한 존재로 부각해 인식하는 정신병리학적 증세. 인류는 창세기 때부터 이 병을 앓아 왔다. 사탄은 선악과를 따 먹으면 하나님과 똑같은 지혜를 가질 수 있다는 말로 아담과 이브에게 과대망상증을 전염시켰다. 오늘날 인간이 자신들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화자찬하는 것만으로도 아직 그 병이 치유되지 않았다는 심증을 굳히기에 충분하다.
가짜 :
가짜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진짜처럼 꾸며 놓은 가짜와 진짜처럼 행세하는 가짜다. 꾸며 놓은 가짜에서 속았을 경우보다 행세하는 가짜에서 속았을 경우가 한결 비애감을 짙게 만든다. 전자는 물건에 대한 절망을 가져다주지만 후자는 인간에 대한 절망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걸레 :
인간들이 방이나 마루나 세간을 닦을 때 사용하는 헝겊으로 낡아서 못 쓰게 된 천을 재료로 하여 만들어진 생활용품의 일종이다. 걸레는 다른 사물들에 묻어 있는 더러움을 닦아 주기 위해서 자신의 살갗을 찢는다. 대개의 인간이 걸레를 더러워하지만 현자들은 걸레에서 부처의 마음을 배운다. 육안 肉眼으로 보면 세상에는 여러 가지 더러운 오물들이 산재해 있지만 심안 心眼으로 보면 그 자체로서 더없이 아름다움을 스스로 알게 된다.
천재 :
수재를 능가하는 인재다. 뛰어난 창의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을 사랑하고 예술을 창조한다. 그러나 천재는 요절한다. 천재는 사회를 수용할 수 있으나 사회가 천재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천재의 죽음은 자살보다 타살에 가깝다.
/이외수 - 시마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