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제10회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육상 5,000m 결승전 경기, 선수들은 곧 탄생할 새로운 육상 영웅을 꿈꾸며 긴장한 모습으로 트랙 위에 늘어섰다. ‘탕’. 총성과 함께 마침내 선수들은 온 힘을 다해 앞을 향해 뛰어나갔다.
핀란드의 라우리 라티넨과 미국의 랄프 힐, 두 선수도 금메달을 그리며 빠른 속도로 뛰고 있었다. 몇 바퀴를 돌고 드디어 마지막 한 바퀴, 결승점이 가까워지자 선수들은 마지막 남은 힘을 몸에 실었다. 이때 선두를 달리고 있는 라티넨의 뒤를 바짝 쫓고 있던 힐은 마지막 기대를 걸며 바깥쪽으로 발을 내디디며 나오려고 시도했다.
그런데 라티넨이 힐의 앞을 가로막는 것이었다. 힐은 순간 멈칫했지만 즉시 방향을 고쳐 다시 안쪽으로 한 발짝 추월하려 했다. 이번에도 라티넨은 힐이 추월하려는 방향으로 몸을 트는 것이었다. 이렇게 둘은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진 판독을 거친 뒤 심사위원들은 금메달 수상자로 라티넨을 호명했다. 이때 갑자기 관중석에서 야유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최대한의 속력을 내다가 마지막 순간에 비틀거린 기억밖에 없는 라티넨은 관중들이 자신에게 왜 야유를 보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필름을 다시 돌려본 뒤 라티넨은 자신이 힐의 진로를 방해한 사실을 알고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즉시 힐에게 달려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히 사과했다. 그러나 힐은 오히려 더욱 민망해하며 라티넨의 우승을 축하해 주는 것이었다.
드디어 수상자의 이름이 불리고 수상자들이 시상대에 오르는데 라티넨은 한사코 힐이 맨 윗자리에 서야 한다고 그를 밀었다. 하지만 힐은 우승자는 라티넨이라며 사양했다. 금메달을 서로 양보하는 둘의 실랑이를 본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두 선수를 향해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 시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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