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이 끊이지 않던 중동에 평화를 정착시킨 공로로 199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스라엘 정치가 시몬 페레스는 어느 날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저를 보는 사람들은 모두 제가 휠체어를 박차고 일어서는 것을 저의 가장 큰 소원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저는 제 발로 일어서는 것이 너무 무섭습니다. 전혀 낯선 세계의 낯선 상황 속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맞서야 한다고 생각하면 저는 무서워 견딜 수 없거든요.
제가 아는 여자아이 중에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인이었던 아이가 있습니다. 어느 날 그 아이가 제게 이런 말을 했어요. 만약 하느님이 갑자기 자기에게 볼 수 있는 능력을 허락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겁난다고요. 물론 그 여자아이의 가장 큰 바람은 밝아오는 새벽빛을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빛을 보고 직접 경험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겁에 질린다고 말하더군요.’
소년은 ‘사람들 모두 태어날 때부터 나름대로 장애를 지니고 있다’ 는 것을 알지만 자신처럼 휠체어를 박차고 자신의 두 발로 일어서서 맞게 될 새로운 세상이 마냥 두렵다고 덧붙였다.
페레스는 의회에 나가 이 소년의 편지를 읽고 이렇게 덧붙였다.
˝노력만 하면 우리는 현재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익숙해져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지요. 다만 우리는 모두 그것으로 인해 오게 될 변화를 두려워할 뿐입니다.˝
방청석에 앉아서 페레스의 연설을 들은 소년은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얼마 뒤 페레스는 또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이번에는 그 소년의 어머니가 쓴 것이었다.
‘의원님이 연설한 뒤 아이가 난생처음으로 휠체어에서 일어나 두 발로 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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