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민물고기의 사전이자 족보인 《전국 팔도의 민물고기》라는 책을 탄생시킨 물고기 박사 최기철 선생님이 1946년 충주사범학교의 교장으로 발령받았을 때의 일이다.
최기철 선생님은 학생들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강당에서 특기를 발표할 기회를 주었는데, 전광우라는 학생이 찌그러진 주전자와 세숫대야, 비닐봉지를 들고 단상 위로 올라갔다. 그가 나오자 학생들은 웃고, 박수 소리가 요란했다. 전광우는 좀 괴짜이기는 했지만 남을 웃기는 재주가 있어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악명이 높아 ‘저 녀석이 또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나?’ 하고 긴장하고 있었다.
전광우는 주전자에 들어 있는 물을 세숫대야에 붓고 비닐봉지에 든 도꼬마리라는 풀 열매를 띄웠다. 도꼬마리 열매는 대추 씨보다 약간 큰데, 우둘투둘한 가시가 촘촘히 나 있어 그걸 뜯어서 던지면 옷에 착 달라붙었다.
“저는 도꼬마리 열매에 관해 연구했습니다. 한 번은 어떤 저수지에 갔는데, 도꼬마리가 물가에 자라는데, 꼭 사람 다니는 길가에만 있더군요. 저는 생각했지요. 지나다니는 사람들 옷에 달라붙었다가 길가에 떨어져서 난다고 하고요. 하루는 도시락을 싸 가서 종일 보았지만 아무리 많은 사람이 지나가도 도꼬마리 열매가 옷에 달라붙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휭 불더니 도꼬마리 열매를 떨어뜨렸습니다. 어, 그런데 도꼬마리 열매가 물에 둥둥 떠 있지 뭡니까? 그때 저는 무릎을 쳤습니다.”
그리고는 세숫대야가 저수지라며 세숫대야에 든 물을 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니 도꼬마리 열매가 가장자리로 밀려갔다.
“이렇게 해서 저는 도꼬마리가 물이 있는 길가에만 자라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사람이 퍼뜨리는 게 아니라 물결 따라 퍼진다는 사실을요. 끝!”
최기철 선생님은 물론 그를 퇴학시키자고 했던 선생님들까지 박수를 보냈다. 그를 보며 최기철 선생님은 머지않아 우수한 생물학자 한 사람이 태어나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는 훗날 미국에서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었다고 한다. /좋은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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