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나기 위해 이 땅을 다시 찾아온 백로가 처음 오는 친구를 데리고 고속도로가 보이는 소나무 위에 앉았다.
줄지어서 마구마구 달리는 자동차들, 처음 온 백로가 물었다.
˝저 길은 무어야?˝ 친구 백로가 대답했다.
˝고속도로라고 해. 빨리 달리기 위해 만들었대.˝
˝왜 빨리 달려야 하지? 멀리 내다보려고?˝
˝아니야, 코앞의 일이 급해서래.˝
친구 백로한테 새로 온 백로가 물었다.
˝저렇게 급히 달리다가는 부딪치기도 할 텐데?˝
˝그렇지. 죽기도 해.˝
˝저 길을 달리는 인간들이 생명을 걸 만치 바쁜 일들이야?˝
˝아니야, 놀러 다니는 사람도 있어.˝
˝놀러 다니는 사람은 천천히 가야지 가는 동안에 보는 것도 있는 거 아니야?˝
˝그렇지. 그러나 저 길에는 죽어라 하고 달려야 된대.˝
˝바쁘지도 않아도?˝
˝응. 앞사람이 달리고, 뒷사람이 쫓아오니까 달려야 한 대.˝
˝그러다가 죽기도 한단 말이야?˝
˝그렇다니까!˝
˝알다가도 모를 게 인간들이야. ˝
두 마리의 백로는 훨훨 하늘 높이 올라갔다. 천천히./정채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