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정신과 병동에서 시 작문 요법 치료가 있었다. 각 병동에서 환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의대 실습생과 간호 학생들까지 모두 자리에 앉자 치료가 시작되었다.
먼저 이 시간을 주최한 사회 사업가가 「좋은 생각」에 실린 글 한 편을 읽어 주었다. 근무력증을 앓던 환자가 처음에는 죽고 싶은 생각뿐이었는데, 고개를 들고 혼자 힘으로 앉을 수 있고 밥을 먹고 움직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러면서 주어진 현실에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야겠다는 희망을 담은 이야기였다.
이야기 주제가 무엇이냐는 사회자의 물음에 환자들은 금세 ‘행복’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곧 ‘행복’을 주제로 글을 쓰게 됐고 자기가 쓴 글을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하였다. 환자들은 시를 쓰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수필을 쓰기도 했다. 한 환자는 병원 생활에 대한 자신의 글을 낭송하면서 이보다 더 불행한 적은 없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반면 어떤 환자는 지금 생활이 무척 행복하고 즐겁다고도 했다. 또 어떤 이는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만으로도 행복 점수의 반은 딴 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환자는 약물 부작용으로 손이 떨려 제대로 글을 쓸 수 없어 대필로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사랑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사랑할 수 있다면 행복은 바로 눈앞에 있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꽃봉오리가 피어나는 장면이 아름답다고 느낄 때, 내 주위 동료와 친구, 가족들이 사랑스러울 때,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먹는 것을 즐기고 나의 일에 최선을 다할 때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젊은 여성 환자는 자신은 딱 한 번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바로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들과 얘기하고 공부하던, 우리가 지극히 평범하게 생각하는 일상이었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심정을 헤아려 보았다. 폐쇄 병동에 갇혀 전화도 면회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현실 속에도 행복을 찾아내는 이들…. 실습 내내 환자들에게 아주 큰 것을 배웠다.
지금 내가 사는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다’라는 말처럼 나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고 감사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박미선 님 / 인천시 남구 주안5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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