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원천리 멀다 않고 물어물어 찾아온 늙으신 어머니 앞에 던진 아들과 며느리의 이구동성 한마디는 그대로 쇠못이 되어 가슴에 박혔다.
지난 설에 못 내려온 아들 내외와 손자가 이번 추석엔 오려나 하고 기다렸지만 바빠서 못 내려온다는 전화에 그리움에 추석 밤을 뜬눈으로 새웠다. 그래서 추석이 닷새나 지난 뒤에 서울 아들 내외와 합의되지 않은 어머니 혼자만의 역귀성이 추석이 닷새나 지난 뒤에 이뤄진 것이다.
생각하면 어떻게 키운 자식인가? 지아비 일찍 죽고 그 아들 하나 키우기 위해 젊은 날을, 아니 이날 이때껏 논뙈기 밭떼기 손이 나무 갈퀴가 되도록 농사지어 돈 되는 것은 몽땅 내다 팔아 학비 대느라 얼굴에 태백산 줄기 같은 굵은 주름만 이마에 훈장처럼 덕지덕지 남은 세월이 아닌가! 최고학부를 나온 아들, 내로라하는 회사 부장이 된 모습을 보면서 늙은 어머니는 얼마나 뿌듯한 마음이었는지…. 며느리한테 밥 한 끼 안 얻어먹어도 절로 배가 부르는 포만감.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거동이 불편한 몸을 힘겹게 이끌고 찾아온 어머닌데, 그저 먹는 모습 보고 싶어 아직 덜 익은 햅쌀을 어렵사리 손수 만들어 밤잠 못 자고 빚은 떡인데, 떡 보퉁이를 안고 오는 동안 얼마나 마음 뿌듯했는가! 아무리 싫은 떡인들 열어나 보지. 떡이라는 말에 받자마자 윗목에 밀어 놓으며
“애들은 이런 것 안 먹어요!”
등급은 어머니의 서울의 밤은 혼자 돌아누워 흐르는 눈물을 닦느라 그렇게 지샜습니다. 날이 밝자 떡 보퉁이를 안고 오른 귀향 버스, 일찍 가 버린 영감 생각, 밤낮을 고생하며 아들 하나 믿고 바쳐 온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고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기는 듯하셨겠지요.
어머니, 죄송합니다. 당신의 마음을 이제야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하이얀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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