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따라 밤길을 걸었다.
달은 누가 딸려 보낸 파수꾼 같았다
내 영혼의 그늘을 본 것일까?
뒤를 밟다가 서 있다가 하였다
강은 그사이에도 쉴 새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밤새 흘러가면 어디쯤에서 푸르러질 수 있을까?
달은 보이다가 보이지 않다가 하였다
구름을 벗어나 다시 구름 속으로 잦아들었다.
환한 달 속에도 감 씨처럼 박힌 그늘이 있어.
어둑한 강둑에선 노란 달맞이꽃이 피고
강은 달빛에 눈물 자국처럼 빛나고 있었다
얼마나 더 걸어야 저리 어둡게 빛날 수 있을까?
내 안에 내장처럼 길에 늘어진
서늘한 밤길 하나 낼 수 있을까?
/안준철 <사람의 깊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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