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네 흰둥이가 똥을 눴어요.
골목길 담 밑 구석 쪽이에요.
흰둥이는 조그만 강아지니까 강아지 똥이에요.
날아가던 참새 한 마리가 보더니
강아지 똥 곁에 내려앉아 콕콕 쪼면서
˝똥! 똥! 에그, 더러워.˝ 하면서 날아가 버렸어요.
˝뭐야! 내가 똥이라고? 더럽다고?˝
강아지 똥은 화도 나고 서러워서 눈물이 나왔어요.
바로 저만치 소달구지 바퀴 자국에서 뒹굴고 있던
흙덩이가 곁눈질로 흘끔 쳐다보고 빙긋 웃었어요.
˝뭣 때문에 웃니, 넌?˝
강아지 똥이 화가 나서 대들 듯이 물었어요.
˝똥을 똥이라 않고 그럼 뭐라 부르니?
넌 똥 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개똥이야!˝
강아지 똥은 그만 ˝으앙!˝ 울음을 터뜨려 버렸어요.
한참이 지났어요.
˝강아지 똥아, 내가 잘못했어. 그만, 울지 마.˝
흙덩이가 정답게 강아지 똥을 달래었어요.
˝.....˝
˝정말은 내가 너보다 더 흉측하고 더러울지 몰라.˝
흙덩이가 얘기를 시작하자,
강아지 똥도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 귀를 기울였어요.
˝....본래 나는 저어 쪽 산비탈 밭에서
곡식도 가꾸고 채소도 키웠지.
여름엔 보랏빛 하얀빛 감자꽃도 피우고.˝
˝그런데 왜 여기 와서 뒹굴고 있니?˝
강아지 똥이 물었어요.
˝내가 몹시 나쁜 짓을 했거든.
지난여름, 비가 내리지 않고 가뭄이 무척 심했지.
그때 내가 키우던 아기 고추를 끝까지
살리지 못하고 죽게 해 버렸단다.˝
˝어머나! 가여워라.˝
˝그래서 이렇게 벌을 받아 달구지에
실려 오다가 떨어진 거야. 난 이젠 끝장이야.˝
그때 저쪽에서 소달구지가 덜컹거리며
오더니 갑자기 멈추었어요.
˝아니, 이건 우리 밭 흙이잖아?
어제 싣고 오다가 떨어뜨린 모양이군!
도로 밭에다 갖다 놓아야지.˝
소달구지 아저씨는 흙덩이를
소중하게 주워 담았어요.
소달구지가 흙덩이를 싣고
가 버리자 강아지 똥 혼자 남았어요.
˝난 더러운 똥인데,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을까?
아무짝에도 쓸 수 없을 텐데.˝
강아지 똥은 쓸쓸하게 중얼거렸어요.
겨울이 가고 봄이 왔어요.
어미 닭 한 마리가 병아리 열두 마리를
데리고 지나다가 강아지 똥을 들여다봤어요.
˝암만 봐도 먹을 만한 건 아무것도 없어.
모두 찌꺼기뿐이야.˝
어미 닭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냥 가 버렸어요.
보슬보슬 봄비가 내렸어요.
강아지 똥 앞에 파란 민들레 싹이 돋아났어요.
˝너는 뭐니?´
강아지 똥이 물었어요.
˝난 예쁜 꽃을 피우는 민들레야.˝
˝얼마만큼 예쁘니? 하늘의 별만큼 고우니?˝
˝그래, 방실방실 빛나.˝
˝어떻게 그렇게 예쁜 꽃을 피우니?˝
˝그건 하느님이 비를 내려 주시고,
따뜻한 햇볕을 쬐어 주시기 때문이야.˝
˝그래? 그렇구나.˝
강아지 똥은 민들레가 부러워 한숨이 나왔어요.
˝그런데 한 가지 꼭 필요한 게 있어.˝
민들레가 말하면서 강아지 똥을 봤어요.
˝....˝
˝네가 거름이 돼 줘야 한단다.˝
˝내가 거름이 되다니?´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
˝어머나! 그러니? 정말 그러니?˝
강아지 똥은 얼마나 기뻤던지 민들레 싹을 힘껏 껴안아 버렸어요.
비는 사흘 동안 내렸어요.
강아지 똥은 온몸이 비에 맞아 자디잘게 부서졌어요.
부서진 채 땅속으로 스며들어가 민들레 뿌리로 모여들었어요.
줄기를 타고 올라가 꽃봉오리를 맺었어요.
봄이 한창인 어느 날,
민들레 싹은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어요.
향긋한 꽃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져나갔어요.
방긋방긋 웃는 꽃송이엔 귀여운 강아지 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가득 어려 있었어요. /권정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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