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엘 엔데의 소설 모모에 보면 회색빛의 시간 도둑들이 사람들이 부지런히 일하게 하여 남는 시간을 훔쳐 가는 것이 나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보다 훨씬 더 바빠졌지만 행복하지 않다. 요즘 사람들 보면 모두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뭘 그리 해야 할 일이 많은지 일을 해도 해도 끝이 없고 만나야 할 사람은 잔뜩 밀려있고 결정을 해야 할 일도 계속 생겨난다.
가끔 왜 내가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 하느냐는 생각도 해보지만 일에 치어서 그런 한가한 생각은 다음으로 미룬다. 그래도 이렇게 바쁜 것이 내가 중요한 사람이란 그것을 증명하는 것 같아서 자부심을 품고 참고 산다. 그렇게 바쁜 만큼 행복하냐고 하면 다른 문제가 된다.
분명히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진 것 같은데 문제는 그런 풍요로움을 맘 편하게 즐길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모처럼 휴일에 놀러 가도 맘이 편하지 않고 회사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느긋하게 자연을 즐길 여유가 없다.
노는 것도 그저 급하게 차를 달려가고 술도 폭탄주를 급하게 원샷으로 마셔서 확 취하고 그냥 미친 듯이 달려간다. 노는 것도 무슨 작전 하듯이 몰아서 한다.
일주일이 후딱 가고 한 달도 금방 가고 엊그제 새해가 시작된 것 같은데 벌써 송년 모임 통지가 날아온다. 정말로 누가 내 시간을 훔쳐 가는 것 같다. 내 시간을 훔쳐 가는 사람은 누구일까?
일반 시민들이 아무리 바쁘게 살아도 여유롭게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소수의 성공한 사람들의 후손들. 부를 세습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남들 바쁘게 일할 때 천천히 인생을 즐기면서 산다.
북한 주민들이 아무리 부지런히 일해도 굶어 죽을 때에 유유자적 한 달간에 걸쳐서 기차를 타고, 러시아 여행을 한 김정일이나 여자 둘을 데리고 해외를 놀러 다니는 그 아들 김정남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그 소수의 가진 계층은 일반 대중들에게 부지런히 일해야 잘살 수 있다고 얘기하고 시간은 금이라고 자투리 시간도 쪼개서 열심히 일하라고 세뇌를 시킨다. 그렇게 부지런히 일해서 잘사는 사람이 주위에 얼마나 있나 한 번 돌아보기를 바란다.
부지런하기로 말하자면 농부들이 가장 부지런할 것이다. 그런데 농부들이 잘살고 있나?
부지런히 일해야 잘살 수 있고 시간은 금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가진 자들이 못 가진 자들이 열심히 일하게 하기 위한 지배 이데올로기이다.
물론 사람이 빈둥거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것은 사회에나 건강에도 좋지만 그게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확신을 하게 되면 나중에 크게 실망할 경우가 생긴다.
그런 시간도둑들의 세뇌에 넘어가 자신을 잊어버리고 바쁘게 살지 말고 한 번씩 자신이 왜 사는지 인생의 진정한 의미가 뭐고 행복이 뭔지 한 번씩 돌아보자.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 시간을 펑펑 낭비하자.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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