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너도 몰랐을 거다
네 가슴을 한 바퀴 돌아 나오던 냉기가
내 가슴 창에서 서리가 되었던 것을
나는 아직도 네 주위를 돌며
네 눈길이 가는 곳마다 내 사랑의 시선을 던지고
다시 한번 네 가슴에 지필 심지를 돋운다.
긴 긴 밤들이
하루 이틀 사흘 끝도 없이 이어지고
내 작은 창에 사부작 스치는 바람 소리
유난히도 크게 들리는 날이면
나는 그것이 네가 나를 부르는 신호가 아닐까?
창에 어린 네 그림자를 찾다가 잠이 든다.
나는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변심의 눈망울로
내 기억 속에 각인된 우리의 시간을 쏘아보며
˝ 이젠 끝이라고.˝
쓸쓸한 골목길에 나뒹굴던 낙엽이 바스라지 듯
단 한마디의 말로 마멸시키던 너의 본심이 무엇인지
언제든 기댈 수 있을 것 같던 네 따스한 가슴에서
그토록 냉한 시선이 내 가슴 창을 뚫을 때
나는 움찔 물러서면서도
그것이 끝은 아닐 그거로 생각했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하는데
빙 옥 같은 마음 외에 또 무엇이 필요할까마는
너무도 흔하게 굴러다니는 ˝사랑한다˝는 말로는
이제는 네 가슴의 불을 일으킬 수 없음을
알게 된 나는. 그날 이후
앉지도 서지도 않고 몸을 반쯤 굽힌 채
네 몸을 비껴가는 바람 한 점에도 강샘 들어
나는 그만 아득하게
나락으로
.............
나락으로
그렇게 너의 온기를 기다리는 나는
그날 이후
/무명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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